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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통일정책, 이대로 좋은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22시를 기해 발효된 휴전협정으로 끝났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긴장 상태다.     남한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며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급속한 경제 발전의 틀을 마련했고 이후 민주 사회로 발전해 갔지만, 북한은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책’보다 독재 세습체제 확립과 군사적 대결에만 몰두했다. 인민을 위한 정책이 뒷전이다 보니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었고 지금도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사실 6·25 전후  북한의 경제는 남한에 앞서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남한은 미군이 안보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해 준 덕에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적화통일만이 경제 부흥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지금까지 핵무기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   1990년대 냉전 종식과 함께 체제 경쟁도 끝났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며 세계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북한도 그 흐름에 편승했다면 시장경제로 전환할 수 있었고, 남북한 경제교류 확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장 통합도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는 새로운 외교 철학으로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그는 소련은 더는 미국을 주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경제성장과 안보를 함께 꾀하는 협력 국가라고 했다. 경쟁적으로 군비를 늘리는 것보다 개혁, 개방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1989년 12월 몰타회담에서 미·소 정상은 양국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1990년대가 시작되며 냉전 종식과 함께 체제 경쟁도 끝이 난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체제가 더는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아쉬운 것은 북한 체제가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타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런 기회를 잘 활용했다. 1991년의 남북한 기본합의서,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이 그것이다.  1994년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제네바 합의’가 성사되기도 했다.   합의서에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호불가침·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군사적 측면이 컸다. 냉전 종식의 흐름에서 북한이 가진 남한에 의한 인위적 흡수 통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신 핵 개발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북한은 냉전이 종식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를, 즉 우월한 체제가 열등한 체제를 흡수하는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은 체제 유지를 강화하는 이른바 ‘경제·핵 무력 병진 노선’을 택한 것이 아니겠는가.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 헌법화를 발표하며 ‘비핵화’는 더는 협상 의제로 다루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노골적으로 남북 대결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북한의 김정은은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연설했다. 남북 관계가 사실상 적대적 두 국가의 관계임을 선언한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대남 흔적’ 지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녀 이름에 ‘하나’, ‘한국’, ‘통일’ 등 통일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북한은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에 적대적 두 국가의 고착화를 확고한 정책으로 하고있다. 그렇다면 남한도 통일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통일정책 한국 사회주의 체제 독재 세습체제 체제 경쟁

2024-06-23

[J네트워크] ‘중국식 현대화’가 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난달 3연임에 성공한 집권 3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전은 뭔가. 10년 전 1기 때는 ‘중국몽’을, 2017년 2기 때는 ‘신시대’를 외쳤다. 이번 3기 키워드는 시진핑이 지난달 16일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강조한 ‘중국식 현대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앞으로 5년 중국과 함께 비즈니스든 뭐든 무슨 일을 도모하려면 중국식 현대화를 모르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식 현대화라는 말은 낯설다. 그러나 등장은 꽤 오래전이다. 1979년 3월 덩샤오핑이 중국식 현대화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한다. 이후 사용이 뜸했는데 시진핑이 지난해부터 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160여 국가의 500여 정당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식 현대화로 인류가 현대화의 길을 찾는데 있어 새로운 공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미래 5년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그 의미를 상세하게 밝혔다. 시주석에 따르면 중국식 현대화는 각국 현대화의 공통된 특징에 중국 특색 다섯 가지를 붙인 것이다. ①거대한 인구 규모의 현대화 ②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 ③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 ④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⑤평화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 등이다. 말은 비단인데 중요한 건 그 함의다.   이와 관련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는 중국식 현대화가 대외적인 관계에서 갖는 함의로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길 바라는 국가와 민족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까지 ‘현대화=서구화’로 인식됐다. 한데 중국은 이제 현대화가 곧 서구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식 현대화로 현대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겠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등 서구와 체제 경쟁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작업에 나섰다. 지난 3일 중국을 찾은 사미아술루후 하산탄자니아 대통령에게 “현대화는 서구화의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중국 푸젠성 샤먼대학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중국식 현대화 연구원’ 현판식을 가졌다. 과거 시 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밝히자 중국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각종 일대일로 연구원을 떠올리게 한다. 무역 전쟁에서 불붙은 미·중 갈등이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 앞으론 체제와 이념 경쟁으로 치닫는 걸 우린 보게 될 것이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J네트워크 중국 현대화 현대화 연구원 각국 현대화 체제 경쟁

2022-11-20

[중국읽기] ‘중국식 현대화’가 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난달 3연임에 성공한 집권 3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전은 뭔가. 10년 전 1기 때는 ‘중국몽’을, 2017년 2기 때는 ‘신시대’를 외쳤다. 이번 3기 키워드는 시진핑이 지난달 16일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강조한 ‘중국식 현대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앞으로 5년 중국과 함께 비즈니스든 뭐든 무슨 일을 도모하려면 중국식 현대화를 모르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식 현대화라는 말은 낯설다. 그러나 등장은 꽤 오래전이다. 1979년 3월 덩샤오핑이 중국식 현대화라는 말을 처음 썼다고 한다. 이후 사용이 뜸했는데 시진핑이 지난해부터 다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160여 국가의 500여 정당 대표를 베이징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식 현대화로 인류가 현대화의 길을 찾는데 있어 새로운 공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미래 5년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그 의미를 상세하게 밝혔다. 시주석에 따르면 중국식 현대화는 각국 현대화의 공통된 특징에 중국 특색 다섯 가지를 붙인 것이다. ①거대한 인구 규모의 현대화 ②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현대화 ③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 ④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⑤평화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 등이다. 말은 비단인데 중요한 건 그 함의다.   이와 관련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는 중국식 현대화가 대외적인 관계에서 갖는 함의로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길 바라는 국가와 민족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까지 ‘현대화=서구화’로 인식됐다. 한데 중국은 이제 현대화가 곧 서구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식 현대화로 현대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겠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등 서구와 체제 경쟁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작업에 나섰다. 지난 3일 중국을 찾은 사미아술루후 하산탄자니아 대통령에게 “현대화는 서구화의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중국 푸젠성 샤먼대학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중국식 현대화 연구원’ 현판식을 가졌다. 과거 시 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밝히자 중국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각종 일대일로 연구원을 떠올리게 한다. 무역 전쟁에서 불붙은 미·중 갈등이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 앞으론 체제와 이념 경쟁으로 치닫는 걸 우린 보게 될 것이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현대화 현대화 연구원 각국 현대화 체제 경쟁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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